시인이 말을 토해내는 걸 우리는 ‘쓴다’라고 한다. ‘쓴다’는 것에는 자신의 그늘에서 건져올린 상실의 언어를 해제해버리는 작업이 있고, 또는 자신과 세계인을 미래 지평으로 이끌어내는 작업도 있다. 전자와 후자 다 화엄의 바다로 이끌고 싶은 마음이 이경숙 시인의 시정신이자, 세계관이다. 그럼에도 한 곳에만 발을 담그지 않고 그녀는 자신의 속물근성(「속물근성」)을 성찰하고, 죽은 이들을 애도하는 마음과 고통받는 이들까지 책임을 지고자 하는 사회적 윤리성을 갖고 있다. 자꾸만 잃어가는 자신의 마음을 지우지 않기 위해 가릉빈가의 노래를 상상하면서 마야부인의 품을 찾는다.(「선운사」) 그녀는 사회의 물렁물렁한 것에 칼날을 대고(「엇박자」), 한 걸음 더 나아가 타인과 손을 맞잡고 “막걸릿잔을”(「막걸리」) 기울이는 후덕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 ― 권영옥 | 문학박사 · 문학평론가

이경숙 시인 2018년 《두레문학》으로 등단. E-mail : mys1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