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미라 : 깊은 산속의 기적
갈등과 감정기복 없이 호수처럼 잔잔한 느낌을 주는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연상케 하는 책이다. 과학도서와 중국고전번역에 열정을 쏟아 온 저자는 시인이자 과학자의 눈으로 자연을 관찰하고, 그곳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 알려준다. 한편의 다큐를 보는 듯한 이 책은 자연은 우리에게 무엇인지를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고독과 침묵 속에서 가나안을 일궈가는 주인공을 통해 사람이 도달해야 할 지점을 알려주고 있다. 책의 서평을 쓴 한양대 국문과 유성호 교수는 “정신적 가치에 대한 철학적 깨달음이 충실하고도 풍부하게 녹아있다” 면서 “생명이라는 근원적 실재를 통해 우리 시대의 가장 심층적인 생태적 모형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책의 플롯은 장편소설에 어울릴 만큼 탄탄하다. 파브르의 ‘곤충기’처럼 예리한 관찰력이 뒷받침 된데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처럼 생명을 서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이나 자연을 동경하는 성인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팔미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체들이 찾아드는 낙원이 되었고, 뭇 사람들에게는 평화와 고요, 침묵이 감도는 성소(聖所)가 되었다. 그가 제시하고자하는 것은 자연은 선하고 인간은 악하다거나, 자연의 반대편에 인간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배치하는 형태의 글이 아니다. 인간과 자연이 상호의존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자각을 은유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 강병국은 소설을 통해 “정보가 많은 것은 욕망하는 것이 많다는 것이고, 필요한 것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의 걱정과 일이 많아진다” 면서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해 많은 이들에게 기쁨과 위안을 준다면 우리는 그를 고결한 정신을 가진 영혼으로 여겨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책을 쓰는데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 김용석의 서사철학, 법정의 숫타니파타에서 영감과 상상력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우포늪, 순천만, 한국의 늪 등 자연생태계 관련 도서발간에 열중하다 삼국지 수호지 등 중국고전번역에 전념한 뒤 다시 단편소설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갖도록 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면서 “팔미라가 독자들의 진정한 쉼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