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사랑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남대천으로 돌아가는 광경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회귀 본능이 강한 물고기의 떼가 죽음을 무릅쓰고 본향을 향해 가는 모습은 눈물겹기까지 했다.
육지로 올라온 거북이는 열 시간에 걸쳐 알을 생산해 놓고는 기력이 쇠잔한 모습으로 바다로 돌아간다. 열 시간 동안 알을 낳느라 기진한 거북이의 눈에는 눈물까지 흐른다.
또 새들은 둥지를 틀어놓고 거기에 알을 낳고 일주일 혹은 보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알을 품어 새끼를 깐다. 그런가 하면 과목이나 잡초 또한 종족 보존을 위해 사력을 다한다. 한 해만 살다 가는 잡초도 그렇게 씨앗을 남겨 놓고 떠나는데 사람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
작가는 작품을 위해 산고를 치른다. 산고의 대가로 태어난 작품은 열매를 맺고 씨앗을 남긴다. 나는 나름대로 씨앗이 될만한 작품을 쓰기 위해 무엇보다 내 자신과 싸웠다. 내 안의 고정관념과 싸웠고 나약한 내 의지와도 싸웠다. 그러나 아직도 미진하고 미숙한 것뿐이어서 부끄러울 뿐이다.
소설은 내게 있어 회귀 본능과 같은 것이었다.
이 ‘여섯 번째 사랑’은 단편 이별연습이 그 모태였다. 그것을 풀어 장편으로 완성했다. 나는 평소에 구상없이 집필하는 습관이 있다. 인간이 하루 앞을 못 내다보고 사는 것처럼 소설도 그렇게 구상없이 써내려 가는데 나대로의 희열을 맛본다. 인생이 시나리오에 의한 각본대로 산다면 얼마나 무의미할까. 나의 버릇은 이번에도 작용하여 집필이 끝난 뒤에 몇 번의 수정을 거쳐 작품으로 완성했다.
나는 여주인공 정숙희를 통하여 사랑을 상실한 현대인이 겪는 아픔을 달래보고 싶었다. 어려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한 인간이 사랑에 대한 무모한 환상을 품은 채 살아가는 이야기다.
사랑은 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할수록 자아 상실이 뒤 따른다. 사랑은 자신을 온전히 지킬 수 있을 때 완전해지는 것이라 믿는다. 어느 드라마 대사에서 그랬듯이 사랑은 결코 자기 허물기가 아니다.
현대인은 감정의 낭비와 타락이 홍수를 이루는 속에 살고 있고 스스로가 그 주인공들이다. 즉흥적이고 무분별한 감정의 타락은 인스턴트식 사랑을 만들어내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이기심이 쾌락을 부채질하듯이 사랑의 감정을 이용해 이익수단으로 삼으려는 사람도 있다.
자기 유익을 위해서라면 배반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 그러런 자들을 엄양호라는 인물을 등장시키게 되었고 개성이 다르고 환경이 다른 정숙희. 이보라, 하민호, 명혜윤, 최선민이라는 인물들을 통해 사랑의 심리를 조명해 보았다.
독자와의 공감대가 얼마나 형성될지 모르겠다. 이 ‘여섯 번째 사랑’은 내게는 첫 번째 장편소설로 나의 의지를 시험대에 통과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나의 길을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독자 제현의 성원과 편달을 기대한다.
두 손 모으고.
독자 모든 분들께 감사와 사랑을 절을 올립니다.
작가의 말
제1부 객지 인생
제2부 방황의 세월
제3부 컵 라면 군상들
제4부 사랑과 집착
제5부 상처와 배반
제6부 또 하나의 성벽
제7부 못생긴 남자
제8부 구원의 길로
제9부 징후
제10부 배반의 끝
제11부 재회
제12부 불안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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