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흔적을 쫓아
‘옛 흔적을 쫓아’란 제목은 미국에서 살면서 문학에 눈을 뜨기 시작하며 온라인 사이트에서 일본 하이쿠를 접하면서 공부하고 그 사이트의 콘테스트와 더불어 흥미진진하게 참여하다 센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한국 문학 사이트에서 시조란 한국 고유의 시조를 (시절가조의 준말을) 알게 되면서부터 스스로 시조 공부에 여력을 다 했다고는 못하겠지만 쏟아내는 글로써 부지런히 다듬는 공부를 했다.
자연을 배경으로 5.7.5. 음절 형식의 하이쿠와 같은 형식이지만 풍자적인 면을 표출하는 센류보다, 한국 고유 시조 초장 3.4.3.4, 중장 3.4.3.4의 형식으로 초, 중장은 두어 글자를 가감할 수 있으며 종장 3.5.4.3 형식으로 첫 3글자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두어 글자를 가감할 수 있으며 43~46자에 이뤄져야 한다.
자연과의 삶의 조합은 사계절의 변화와 그 자연의 섭리 속에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 야생의 숨결로부터 얻을 수 있는 영감은 옛 노래와 흡사하다는 점을 느낌과 동시에 당시 생활 속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긴 시대적 물결 흐름을 품어내는 풍자적 묘사는 또 다르게 내 마음에 와닿았다.
시조의 종류에는 양장시조, 단시조, 평시조, 엇시조, 연시조, 사설시조, 등 여러 종류의 시조 그리고 가사 또한 관심을 끌었으며 흥미로운 관심은 눈을 떼지 못하고 가능한 한 가깝게 근접하고자 습작으로 나날을 소비했다.
전문학자들의 연구 자료에 의한 도움으로 3장 6구 12 음보의 율을 이해하려 공들여 애썼다.
영문으로 하이쿠를 작성한 경험을 토대로 영문은 모음으로써의 음절과 글자 수를 혼합하여 최대한 활용하였다.
이 시대는 현대시조로써 독자들에게 다가가지만, 문학에 대해 깊은 조예는 없으나, 나 자신은 좀 다르게 옛 시대의 작품을 본받는 모방(습작)을 시작으로 그 흔적을 찾으려 한다.
배움에는 누구나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고 새삼 느끼며 다듬고 또 다듬어 이제 겨우 나만의 시조집을 펴낼 수 있게 되었다.
내 작품이 옛 시절가조에 얼마만큼 가까워질 수 있는지는 독자들의 판단이 나의 성장을 알게 하지 않을까.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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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에 피어나는 무명의 꽃이든가
녹수에 둥실 가는 강가의 버들인가
청록도 몰라라 하니 어느 뉜들 알리까
구름은 멈춰서서 깃털로 써 내리고
바람은 홀로 돌다 무성에 잠이 들어
펼쳐간 화선지 위를 깨알로써 메우뇨
한 수의 사랑이뇨 두 수의 연정이뇨
붉다가 묽었다가 희다가 순백 되니
아서라 그만하리까 아니 아니 물 들세
강물에 씻어 가는 붓길의 열정인가
잎 속에 묻어가는 마음의 정열인가
불붙듯 타오르도록 옥글귀로 새기랴
- 청산에 피어나는(150p)
〈옛 흔적을 쫓아〉는 옛 시절가조의 흔적을 쫓아 저자가 새롭게 써 내려간 시조집이다. 오랜 세월의 흔적과 한국 고유의 문화적 분위기가 담긴 시조를 읽어가다 보면 노랫말 속에 몰입되어 마치 옛 시절 문화를 향유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 에디터 추천사-
1956년 1월 3일 부산에서 태어나 화랑초등학교, 대신여자중학교, 그리고 동주 여자상업고등학교(현; 동주여고)를 졸업했다.
문학과의 근접한 삶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미화원, 은행 서기, 백화점 판매원으로 일했으며 전업주부로서의 나 자신이 시를 쓰고 시집을 출판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않았다.
순탄하지만 않았던 삶 속에서의 번민은 눈물보다 웃음으로 그 세월을 살려고 무던히 노력했던 것 같다.
세월의 흐름은 나의 변화를 거리낌 없이 보여주면서 이렇게 저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문학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나의 소개가 꽤 멋은 없으나 38년 동안 비워진 나의 사랑하는 님이 어쩌면 이유라면 이유일까? 글 창작의 근원은 분명하듯 하다.
모든 것을 잃은 듯한 망연자실한 삶의 어느 순간 샘 솟듯 쏟아져 나온 글을 십 수여 년 동안 모으다 보니 어느새 몇백여 편의 시와 더불어 몇백여 수의 시조란 매력적인 시의 시조(詩祖)에 많은 관심으로 다듬는 시간에 공을 들였다.
와중에 짧은 기간이었지만 문학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문예지 출판에 기여한 경력이 있지만 나 자신의 시조집은 이제 드디어 첫 시조집을 선보인다.
다양한 시집은 서점에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으며, 다양한 작가들의 시심(詩心)이 독자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겠지만 시조집은 아직도 생소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나 자신의 조금이나마 옛 시절가조 작가들의 흔적에 희미하게나마 점 찍고 싶다는 생각은 감출 수가 없으므로 과연 뜻대로 작품이 표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3년 2월
저자소개
프롤로그
님 잃어 울던 날은
세상의 많고 많은
쉼 하던 풍류로써
굽이친 강물 따라
지나온 발자취에
가을 향 치솟으매
선조의 흔적 찾아
인왕을 품고 흐른
인왕산(仁王山) 고즈넉한
인왕의 깊은 뜻은
세월을 세워놓고
나의 님 사랑의 님
구름은 흘러 흘러
천세(天勢)의 세월 아래
죽장과 망혜 없이
달빛이 거나하여
찬 이슬 깨어나는
계곡에 서려 있는
두더쥐 들쥐들의
공산의 흰 이슬은
달빛의 미소 따다
백설이 만발하여
잔별은 숨어들고
숨죽인 미련 흔적
백설도 아닌 것이
사막의 숨결 실은
수평선 안개 바람
월출의 미모 아래
태풍의 눈시울은
수심水深의 깊은 뜻에
해지는 산마루에
자비를 상징으로
산천의 숨결마다
역마차 울퉁불퉁
백로는 어이하여
기도의 손길 아래
일출의 햇살 밝아
달님은 말 없으니
고심 속 떠나는 배
희망의 실오라기
쓸쓸한 산봉 위에
보샤시 방긋방긋
산과 내 봄을 이면
해풍의 노랫소리
묵향墨香에 취해 들어
청초한 이슬방울
청산리 동결 속에
평온한 숨결 싣고
밤이슬 매료되어
안개 속 장막 뒤에
맑은 물 멈춰서도
구만리 물길 따라
무풍의 들녘에는
초록의 춤사위에
긴 한숨 드리우니
인연 속 삶이련만
한세월 살다 가면
천심의 바람불어
흰 눈 속 소나무 뜻
잎 지는 계곡으로
백설을 한 줌 쥐고
아롱진 일곱 색을
인연의 만남으로
사막의 숨결 실은
달빛에 젖어 들며
칠흑의 숨결 아래
여름날 손짓 아래
백사白沙는 흘러내린
아득한 지평선에
만년설 바라보는
넘치는 인파로써
청심의 하늘 보며
인생사 자연 같은
한 폭의 산수화에
그리워 바라보는
시월의 단풍잎들
추풍에 낙엽 지면
요지경 세상사의
하늘을 우러르는
한 생애 살다 보니
바다는 술렁이며
고봉 위 내려앉은
창파의 수줍음에
선창가 외로워서
님 생각 간절하여
겨울비 촉촉이는
한세월 풍류 속에
님 사랑 흥건하게
백설은 화려하게
낙하수 흐르련만
달님은 빛 잃으며
어느덧 세월 가니
시간을 세워놓고
갈매기 떠나가고
천만리 님 따른 길
꽃이여 나비 찾나
하늘을 우러 보면
세월은 절로 왔다
낭만의 꿈을 싣고
백사(白沙)엔 흘러내린
만월의 밝은 빛에
우수의 눈망울에
내 사랑 모르듯이
내 마음 다다른 곳
지나간 세월 속엔
위로는 하늘이요
음산한 겨울바람
네 잎의 클로버잎
세상사 어영부영
명분은 없는 여행
아늑한 산어귀 골
길 건너 하얀 손님
은하수 숨어들고
잎 소리 술렁이는
바람은 밤새우며
역력히 변화하는
바다는 술렁이며
희미한 등대 아래
귓전을 울려가는
생동감 깨어나는
봉우리 걸터앉은
겹겹이 싸인 산맥
지름길 둘러 가니
드리운 청송 아래
근심을 모다 잊고
꽃잎 속 새긴 사연
다소곳 피어나는
다시 본 파란 하늘
촛불의 불빛 아닌
은빛 속 가려진 정
지상 위 마음 하나
기러기 나래 접어
여객선 고동 소리
침묵의 바위처럼
청산에 피어나는
가녀린 숨결 맞는
바다숨결 고요하고 〈가사〉